예수에 대한 원망과 간절함, 김지하 김민기의 CCM
(김민기가 부른 '주여, 이제는 여기에')
김지하 시인은, 수능 현대시 공부 하시면서 배운 '타는 목마름으로'이란 시로 잘 알고 계실겁니다. 1973년, 김지하가 준비한 연극 [금관의 예수]에 들어갈 노래를 김민기가 작곡 하였으며, 여기에 김지하가 가사를 붙였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주여, 이제는 여기에'.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연극 [금관의 예수]는 물질주의 빠져 부패한 교회와 세속적인 기독교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후에 서강대 총장을 지내는, 당시 박홍 신부가 종교의 자기비판적 작품을 김지하에게 부탁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윤종신이 부른 '주여, 이제는 여기에')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난의 거리에서 헤매이며 춥고 혹독한 삶의 보내고 있는 민중들이 '왜 구원자는 오지 않는 겁니까'라며 울분을 토하는 노래입니다. 구원자에 대한 원망과 간절함이 섞인 양가적인 감정을 담아낸 김지하 & 김민기의 수작. 김민기는 이것을 찬송가 스타일로 작곡하여 그 비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추후 김지하 시인은 천주교, 선불교, 원불교, 도교, 개신교까지 모든 종교를 섭렵하여 '생명사상'에 매진하였고, 이것을 활용하여 그의 작품 속에서 세속적 권력과 종교적 신앙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일찍이 발표한 [금관의 예수]와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역시 그러한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주여, 이제는 여기에'는 이런 사회비판적인, 그리고 종교의 자성의 촉구하는 시선을 가졌음에도 몇몇 찬송가나 복음성가집에 '금관 예수' 등의 이름으로 수록되어있기도 합니다. 위 영상에서 커버한 윤종신도 기독교인.
김지하 시인이 작품으로 보여준 '민중과 종교'에 대한 태도는 서남동 목사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민중 신학'이라는 방향성을 공표하기에 이릅니다. 이 '민중 신학'은 주로 서남동 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를 통해 발전되었지만, 워낙 임팩트가 강했기에 대한예수교장로회를 비롯한 다른 장로회 교단에게도 지역 복지나 봉사활동으로 대변되는 지역 토착적인 종교 활동, 실천주의적인 복음 전파 등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김지하 시인과 종교의 연관성, 서남동 목사의 민중 신학 등은 검색하면 여러 자료가 나오니까 관심 있으신분들은 구글링 한번 해보셔도 좋을듯.
(이은미가 부른 '주여, 이제는 여기에')
개인적으로 김민기 노래 중 손에 꼽는 곡이기도 하고 해서 김민기 이야기하는김에 하나 더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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