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배임의 실체적 증거가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은 맞죠.
1. 하이브의 시총 1조가 날리믄 된건 하이브가 더러운 언플을 해서가 아니죠. 경영권 찬탈 시도로 인한 어도어 감사가 시작된다는 속보가 뜨고부터 이미 주가는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bts 입대 이후 하이브의 가장 큰 캐시카우 중 하나인 뉴진스가 이탈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업계의 가장 스타 디렉터인 민희진이 이탈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반영된거죠. 즉 이번 사태로 인한 주식 가치 훼손은 ‘하이브에 뉴진스가 소속 가수로 있을 수 있느냐’와 ‘민희진이 어도어의 디렉터로서 게속해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입니다. 언플 이런건 부차적 문제죠.
2. 만약 하이브가 계속해서 주장하는대로 배임과 경영권 찬탈의 실체적 증거가 있다면 하이브가 공개 감사를 시작해서 주가를 떨어지게 했다는 비판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어도어라는 하이브가 지분 80%를 갖고 있는 자회사가 우회적 방식으로 경영권 찬탈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하이브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실제로 뉴진스와 민희진이 하이브 산하에서 걸어나갔을때 주주들이 입는 손해는 훨씬 막대할 것은 불보듯 뻔하니까요. 그렇기에 결국 주주자본주의에서 하이브가 시총 1조를 날리면서까지 이번 사태를 촉발한게 옳았는가는 민희진이 실제로 배임과 경영권 찬탈을 하려 했는지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그 실체적 증거가 있다면 뉴진스라는 상품을 계약 기간 내 하이브에 남겨두고 민희진과 함께 걸어나갈 리스크를 막은건 경영적으로 합리적 선택이겠죠.
3. 물론 언플의 과정이 저열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공개 감사 시작한 당일 오후에 즉시 발표된 민희진 대표 발 어도어 입장문입니다. 무속인 등 저열한 언플이 시작되기 전 민희진 측은 경영권 찬탈 여부에 대한 해명을 하기보다는 아일릿 카피의혹을 제기하는 입장문을 올렸죠. 그 카피의혹이 감사 착수로 이어졌다는 지극히 민희진 측에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서요. 이후 온 커뮤에 아일릿은 뉴진스 카피 그룹이라고 낙인이 찍혔고요. 업계에서 가장 큰 스피커를 가진 디렉터에 의해서요. 하이브 내 어도어와 같은 또다른 자회사의 작품인 아일릿을 본인과 하이브 사이에 분쟁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 비난했는데 그거에 대해 ‘하이브한테 당했으면 그럴 수 있지’하는 반응은 솔직히 너무 전지적 민희진 시점 아닌가 생각합니다.
4. 그런 측면에서 민희진 측의 감성적 프레임 구도가 효과적이었던 것 같긴 합니다. 대기업과 개인, 멍청한 다수와 공감받지 못하는 똑똑한 소수의 구도는 사회 생활을 하는 누구나 감정이입하기 좋는 구도니까요. 직장생활에서 조직에 논리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내가 생각할 때’ 지극히 합리적 제안이 멍청한 다수에 의해 묵살된 경험을 안해본 사람은 거의 없겠죠. 또 그렇게 합리화하는게 내가 실제로 무능한 사람이거나 틀린 사람이라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선택인게 사실입니다.
5. 다만 민희진이 실제 그런 구도의 희생자라고 하더라도, 민희진 측이 행한 아일릿에 대한 카피캣 낙인 찍기, 타 그룹의 이미지에 피해가 갈 수 있는 발언들까지 합리화하는건 언더도그마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본인이 희생자면 본인보다 약한 다른 희생자를 만들어도 괜찮나요? 민희진이 하이브에 비해 약자이듯이, 민희진이 거론한 제3자들도 업계에선 민희진보다 약자고 작은 스피커를 가진 존재들이니까요.
글쓰기 |
A랑 B중에 꼭 하날 택하고 하나가 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고구조가 꽤 많아서
그걸 결정짓고 생각해야 한다는 오류에 편승하기 쉽죠.
둘 다 자기에게 유리한 소릴 하기 쉬운게 맞는데.